*웃지 말라 그대는 나의 첫 스포츠 스타였고, 첫 번째 스포츠 스타이다. 그대에게 반했던 순간은 지극히 유치하고 단순했다. TV를 보다 이름 옆에 적혀있는 숫자 1이 멋있어서. 코트 건너편 그 유명하다는 페더러가 3 FEDERER인데 저 인간은 누구길래 랭킹1위를 달고 있는 것인가, 숫자 옆에 저 현란한 국기는 또 어디 것인가, 하며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대는 정말이지 최고가 됐다. 최고는 최고라서 최고로 멋졌다. 최고. 다른 것들과 다른 단 하나. 많은 것들 중 딱 하나. 그것이 내가 그대에게 취했던 이유였고 이제 그대에게서 떠나려는 이유이다. 흔히 구심력은 원심력이 된다. 둘의 주체는 다르지 않다. 물론 내 스타벅스 닉네임이나, 대학교 메일주소나, 라코스테 옷들과 ff3 신발들이나, 우습게라도 그댈 흉내내보려던 습관적 몸짓들, 그런 것들은, 나를 구성하는 데에 여전히 부지런히 참여할 것이다. 앞으로도 그런 것들은 여간 바뀌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 늙었다고 품격있지 말라. 스포츠맨십은 나달에게나 주라. 우아함은 페더러에게나 주라. 대신 그대는 부르짖으라. 시뻘건 눈을 부라리라. 엄파이어에게 불복하라. 상대 관중들을 조롱하라. 라켓을 던지고 짓부수라. 목 놓아 포효하라. 그러다가, 어느 날 홀연히 소멸하라. -롤랑가로스 3R 패배 후 웃고 있는 그대에게, 이 새벽에